자리가 설치의 절반
텐트를 아무리 잘 쳐도 자리를 잘못 고르면 밤새 고생합니다. 먼저 평평한 곳을 찾되, 완전히 평평하지 않다면 머리가 높은 쪽으로 오게 눕는 방향을 정합니다. 비가 오면 물은 낮은 곳으로 모이므로 주변보다 살짝 높은 자리가 유리합니다. 바닥에 물이 흐른 자국이나 모래와 자갈이 쓸려 내려간 흔적이 있다면 비가 올 때 물길이 되는 곳일 수 있습니다. 관리형 캠핑장이라면 정해진 사이트 안에서 고르게 되지만, 그 안에서도 배수가 잘되는 쪽과 물이 고이는 쪽은 분명히 나뉩니다. 돌과 솔방울, 나뭇가지는 바닥을 펴기 전에 치워 둡니다.
머리 위와 주변을 본다
바닥만 보고 위를 보지 않는 실수가 흔합니다. 말라 죽은 나뭇가지는 바람이 불면 떨어질 수 있으니 그 아래는 피합니다. 넓은 곳에 혼자 우뚝 선 큰 나무 아래는 그늘이 좋아 보여도 낙뢰가 칠 때 위험합니다. 경사면 바로 아래는 낙석이나 흙이 쓸려 내려올 수 있습니다. 계곡이나 하천 가까이는 시원하지만, 상류에 비가 내리면 이곳에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어 물가 바로 옆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화장실과 개수대는 너무 가까우면 소음과 불빛이, 너무 멀면 밤길이 불편하니 적당한 거리를 고릅니다.
바람과 배치
바람이 어느 쪽에서 오는지 먼저 살핍니다. 텐트의 좁은 쪽이나 뒷면이 바람을 받게 두면 덜 흔들리고, 출입문은 바람을 등지게 두는 편이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습니다. 화로나 버너를 쓰는 자리는 텐트에서 충분히 떨어뜨리고, 연기와 불티가 텐트 쪽으로 날리지 않도록 바람이 빠져나가는 쪽에 둡니다. 차를 사이트 옆에 댈 수 있다면 차를 바람막이로 쓰는 배치도 가능합니다. 텐트와 타프, 화로, 차 사이에 사람이 오가는 통로를 남겨 두면 밤에 줄에 걸려 넘어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설치 순서
구조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텐트는 아래 순서를 따릅니다. 처음이라면 설명서를 펼쳐 놓고 순서대로 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릅니다.
- 바닥 보호 시트를 텐트 바닥보다 조금 작게 깐다
- 안쪽 텐트를 펴고 네 귀퉁이를 가볍게 고정한다
- 폴을 끼워 텐트를 세운다
- 바깥천을 씌우고 문 방향을 맞춘다
- 네 귀퉁이와 스트링을 팩으로 단단히 고정한다
- 스트링을 당겨 천이 팽팽해졌는지 확인한다
팩은 비스듬히, 줄은 팽팽하게
팩은 땅에 수직으로 박기보다 머리 쪽이 텐트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게 비스듬히 박아야 줄이 당겨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바닥 보호 시트가 텐트 바닥보다 크면 비가 올 때 빗물이 시트 위로 모여 텐트 밑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시트는 바닥보다 조금 작게 접어 넣습니다. 땅이 단단하면 망치로 조금씩 박고, 모래나 눈처럼 무른 땅이라면 넓적한 팩이나 묻어서 쓰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스트링이 느슨하면 바깥천이 안쪽 텐트에 닿아 결로가 스며들고 바람에 펄럭이니, 설치가 끝난 뒤 한 바퀴 돌며 다시 당겨 줍니다.
미리 쳐 보고, 해 있을 때 친다
처음 산 텐트는 집 앞이나 공원처럼 텐트 설치가 허용된 곳에서 한 번 쳐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품이 빠졌는지, 폴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혼자 칠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캠핑장에는 해가 지기 최소 한두 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짭니다. 어두워진 뒤의 설치는 시간이 두 배로 걸리고, 팩이나 작은 부품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늦게 도착할 것 같다면 헤드랜턴을 미리 꺼내 두고, 텐트와 잠자리부터 먼저 만든 뒤 나머지 장비를 펼칩니다.
철수와 보관
철수는 설치의 역순이지만 핵심은 말리기입니다. 아침 이슬이나 결로로 젖은 텐트를 그대로 접어 두면 며칠 만에 곰팡이와 냄새가 생기고 방수 코팅이 상합니다. 시간이 있으면 햇볕과 바람에 말린 뒤 접고, 젖은 채 철수했다면 집에 와서 하루 안에 펼쳐 완전히 말립니다. 팩은 개수를 세어 회수하고, 흙은 털어 따로 담습니다. 떠나기 전에는 사이트 바닥에 쓰레기나 작은 끈, 팩이 남지 않았는지 한 번 더 둘러봅니다. 폴과 지퍼에 모래가 끼면 고장의 원인이 되니 가볍게 닦아 두세요.
주의할 점
이 글은 캠핑장이나 허용된 장소에서 텐트를 치는 경우를 다룹니다. 산행 중 계획과 하산, 길을 잃었을 때의 대처는 등산 안전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자연공원, 하천 구역, 해변 등은 야영이 금지되었거나 정해진 곳에서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으니 관할 기관의 공식 안내를 먼저 확인하세요. 호우나 태풍 예보가 있거나 하천 수위가 오르고 있다면 설치보다 일정 변경을 먼저 고려합니다. 밤사이 물이 불어나는 기미가 보이면 장비를 두고서라도 높은 곳으로 먼저 대피하고, 위급하면 119에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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